오늘은 하루종일 짜증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매순간 찌푸리는 표정을 짓고 있어 얼굴에 굵은 주름이 박혀버린 팀장은 아침부터
이번달 목표치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원인을 찾으며 우리에게 히스테리를 부렸고,
귀 안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아주머니들의 하늘을 찌르는 목소리가 업무 내내 거슬렸으며,
결국 산같이 쌓여버린 잔업으로 평소보다 몇 시간은 늦게 퇴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도 거르고 레버를 당겼던 터라 배가 많이 고팠기에
회사 정문을 나와 정처 없이 겄다가 동네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다.
창문 넘어로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도 없고 파리만 날리는 믿음이 가지는 않는 누추한 식당이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이끌리더니 어느덧 손잡이를 잡아 당기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쓰윽 둘러봤는데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눈에 띄었다.
비록 평소 퇴근 후면 원룸에 누워 비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인생이지만
즉석조리 식품과 더불어 레시피가 비교적 간단한 나폴리탄도 종종 집에서 해먹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익숙한 맛을 기대하며 주문을 하였다.
잠시 후, 웨이터가 나폴리탄을 가져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나폴리탄 스파게티 처럼 보였지만,
면 위 소스가 진한 선홍빛을 띄는 것이 내 기억보다 훨씬 밝은 색으로 느껴졌다.
나는 큰 기대 없이 포크로 면을 말아 소스와 함께 떠서 입안 가득 집어 넣었다.
시작은 익숙한 토마토 케찹의 맛이었으나 점점 이상안 맛과 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뭔가 비릿한 향과 맛이 혀끝에 남아있었고, 평소보다 더 짜고 달콤했으며, 마지막에는 약간의 쇠맛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끝에 찾아고는 혀를 감싸고 도는 감칠맛에 포크를 차마 놓을 수 없었고
어느순간 정신을 놓은 채로 허겁지겁 접시를 비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충분히 배를 채웠을 때 쯤,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목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왔으며 물을 마시지 않으면 헛구역질까지 할 판이었다.
나는 웨이터를 불러 물었다.
"이 나폴리탄 소스, 레시피에 특별한게 들어가나요? 맛이 다른 스파게티와는 다르네요..."
웨이터는 내 질문에 미소로 답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 가게 나폴리탄은 저희만의 비밀 레시피로 특별하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시죠."
그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더이상 자세하게 물어볼 수 없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누워 쉬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은 저녁에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입안에 질겅거리는 고기만이 내가 느낄 수 있는 이상함의 전부였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 책상 앞에 앉아 조간신문을 확인하던 나는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뉴스 1면에 어제 방문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폐쇠되었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기사에 다르면, 레스톨랑 주인은 실종되었고 주방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유해가 나뒹굴고 있었다 한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주방에서 발견된 큰 통이 었는데, 그 통 안에는 진한 선분홍색 액체가 가득히 차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화장실 변기 위에 고개를 박은 엎드린 상태로 나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 액체가 내가 먹었던 나폴리탄 소스였다는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나를 더 옥죄어 왔던 것은 오늘 저녁 퇴근길에 재방문하여
꼭 다시 음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출근길의 나 자신이었다.
'괴담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 이야기) 레딧 두 줄 괴담 모음집 (1) (0) | 2024.07.03 |
---|---|
인터넷 이야기) 기억 저 너머에서 (0) | 2024.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