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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괴담) 유키 온나 (설녀)

모닥불 앞 나그네 2024. 6. 21. 13:12

유키 온나와 나무꾼

 

먼 옛날 한적한 시골에 두 나무꾼, 미노쿠치와 그의 젊은 제자 모스쿠가 살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같이 하루종일 팬 장작을 지게에 가득 지고 집으로 동아가는 길에

갑자기 폭설을 만나 산중턱에 있던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자 눈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벽의 갈라진 틈 사이로 살을 가르는 차가운 바람이 흘러 들어왔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급변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하였기에

천조각에 기대어 구석에 쪼그려 눈커풀이 내려앉아 버릴려던 그때,

'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눈보라와 함께 아름다운 여인이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녀가 미노쿠치를 계속해서 응시하자 옆에서 요동치던 그의 심장은 멈춰버렸고

그의 살갓도 차갑게 식어버려 마룻바닥을 껴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스쿠는 겁에 질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서는

"너는 아직 젊고 잘생겼으니 살려주겠다.

하지만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만약 말한다면 너도 죽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겁에 잔뜩 질린 모스쿠는 입이 돌처럼 굳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겨우 고개만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대답을 확인한 유키 온나는 눈처럼 밤하늘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악몽을 꿨다고 생각한 모스쿠는 옆에 있던 스승을 흔들어 깨웠지만

그는 나무기둥처럼 빳빳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미노쿠치를 지게에 이고 마을로 내려와 정성스럽게 장래를 치뤄줬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 사람 누구에게도 어제 밤 겪은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모스쿠는 아름다운 여인 유키와 결혼하였습니다.

 

금실 좋았던 부부는 아이를 둘이나 낳게 되었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아갔습니다.

 

폭설이 휘몰아 치던 밤, 덜컹거리는 문지방에 모스쿠는 갑자기 옛날 이야기가 생각나

유키에게 자신과 스승이 산에 겪었던 일들을 말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유키는 슬프면서도 차갑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 여인은 바로 나야.

너는 결국 약속을 어기는구나.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있으니 너를 죽이지는 않겠어.

그러나 난 이제 떠나야만 해"

 

말을 마친 유키는 눈처럼 녹아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스쿠는 큰 절망감에 빠졌고

그녀를 찾기위해 여러 산을 오르내렸으나

그 이후로는 유키 온나를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설녀라고도 불리우는 '유키 온나'는 일본의 전통적인 괴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매우 유명한 존재로,

겨울과 눈에 관련된 다양한 민속 설화에서 등장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한 특징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하얀 피부에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되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냉혹하고 무자비하게 묘사되지만, 때로는 연민을 보이거나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